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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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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까똑!!"

평상시와는 다른 형태의 카톡이 왔다.

 

'부고장'

...

 

도훈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적지 않은 연세셨지만, 특별히 지병도 없으셨고, 누구보다 건강에는 자신 있으셨다고 한다.

 

1시간전까지 손주들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같이 웃고 떠들고 하셨단다.

갑작스런 복통.

복부 내 대동맥 출혈.

응급실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손을 쓸수 없는 상태였고, 6시간도 되지않아...

 

부천의 모 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는데,

환하게 웃으시는 도훈이 아버님 사진이 스크린에 비쳐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진, 엊그제 찍은거야. 낚시터에서."

화장실에서 손을 털면서 나오는 도훈이가 툭 던지듯이 말하고 지나간다.

 

검정색과 하얀색, 조용한 수묵화 느낌의

장례식장은 언제와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1시간쯤 지났을까.

게슴츠레한 눈으로 도훈이가 내게 천천히 온다.

"형. 나 담배피고 싶은데."

주위를 둘러본다.

적당히 어느정도 조문객들도 빠지고 없다.

"가자."

 

후...

장례식장이라 어느정도 예를 갖추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나도, 도훈이도 아무렇지 않다.

 

"사기당한 느낌이야."

"..."

"엊그저께 같이 식사했고, 어제 낮에 애들과 놀아주고 계셨는데."

"갑자기 그러셨어?"

"응. 근데 슬프거나 이런게 아니라, 그냥 붕 떠 있는 느낌이야."

"..."

 

진짜 그냥 빨갛게 충혈된 토끼눈을 하고는 있지만,

그 녀석 얼굴에는 눈물도,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참는다는 느낌도 아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현실로 인지할 수 있는 인계점이 탁. 하고 다가오는 순간에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터지겠지만.

 

"아. 냄새! 아빠 또오??"

도훈이의 첫째 딸이다.

"그만펴 담배. 냄새나."

"알았어어."

나도 멋적어서 한참 남은 담배가치를 저멀리 던진다.

 

아직은 죽음이란 것에 의미를 잘 모르는 나이. 10살.

사실 40이 넘는 나도 잘 모르겠다.

 

까만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길건너 고층아파트.

tv불빛이 비치는 한 발코니가 눈에 들어온다.

축구경기에 온가족의 장난끼 가득한 몸짓들이 보인다.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한곳에서는 어떤 화려한 시간들이 너무도 가볍게 지나가고 있고.

한곳에서는 어떻게해서든 죽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중이다.

 

"아이!! 담배핀 손으로 잡지좀마"

"딸. 왜에에에"

"냄새 나"

"치이이"

"근데 아빠."

"응"

"할아버지는 이제 못보는거지?"

"응. 할아버지는 이제 이세상에 안계셔."

"괜찮아. 아빠는 내가 있잖아."

"...그래. 괜찮아. 아빠한테는 이제 아빠가 없지만, 주희에게는 이 아빠가 있으니깐."

 

할아버지에서 아빠에게, 아빠에게서 내게로.

그리고 내게서 내 아이에게로.

죽음이란 이렇게 '이어짐' 역할의 매듭일까.

 

앞서 걷는 저 아이와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저 아빠를 보고 있자니, 문득 지우가 보고싶다.

그만 집으로 가야겠다.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도훈이에게는 결국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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